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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공부하기, 똑똑한 조력자일까, 감정 없는 선생일까?

by 권산travel 2025. 5. 8.

인간의 학습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공부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책을 넘기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고, 이해 안 되는 문제는 다음 수업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공부란 언제나 느리고, 때로는 지루하고, 실수투성이였지만, 바로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지금, 공부는 달라졌다. 수학 문제의 해설은 유튜브에 있고, 영어 문장의 문법 오류는 AI가 실시간으로 수정해 준다. 어떤 개념이든 검색하면 1초 안에 정리된 설명이 나오고,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은 복잡한 논문도 한 문단으로 요약해준다. 심지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설명을 바꿔주기까지 한다. 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혹은 평생 학습 중인 직장인이든 –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 AI라는 ‘똑똑한 조력자’가 항상 우리 옆에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동반자는 완벽한가?

AI는 지식의 전달에는 탁월하지만, 인내심도, 감정도, 눈치도 없다. 칭찬도 하지 않고, 눈빛도 없으며, 수험생의 불안이나, 혼란, 좌절을 이해하지 못한다. AI는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피곤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온기’도 없다. 이 글에서는 AI와 함께 공부하는 시대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 그리고 미래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해본다.

 

AI와 함께 공부하기
AI와 공부하기, 똑똑한 조력자일까, 감정 없는 선생일까?

 

AI와 함께하는 학습의 변화 – 무한한 정보, 즉각적인 피드백

정보에의 접근이 달라졌다. AI 이전의 학습은 ‘정보를 찾는 능력’에 의존했다. 백과사전을 뒤지고, 선생님께 질문하고, 서점을 뒤지는 과정 자체가 공부의 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질문만 잘하면 AI가 대부분의 답을 준다. 요즘 학생들은 모르는 것을 ‘기억’하려 하지 않고, ‘질문’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챗GPT, Khanmigo, Notion AI, Google’s Gemini 같은 도구들은 단순한 검색 기능을 넘어선다. 이들은 학생의 수준에 맞춰 개념을 설명하고, 예제를 만들며, 심지어 그 학생이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힌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 함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AI는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그려주며 설명할 수 있고, 철학 전공 대학생이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이해하려 한다면, 21세기 사회와 연결 지어 설명해주는 식이다. AI는 단순한 지식의 ‘저장고’가 아니라, 맥락 기반의 ‘설명가’가 된다. 가장 큰 변화는 ‘피드백 속도’다. 과거에는 모의고사를 풀고 선생님의 채점을 기다리거나, 문장을 써서 교정받으려면 며칠이 걸렸다. 지금은 몇 초 만에 결과가 나오고, 틀린 이유도 함께 설명된다. 이 즉각적인 피드백은 학습자에게 굉장히 강력한 도구다. 피드백이 빨라질수록 반복이 쉬워지고, 반복이 늘어날수록 학습은 체화된다. 특히 언어 학습, 수학, 논술, 코딩 등에서는 AI가 제공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인간 교사를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 속도감이 ‘조급함’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학습이 ‘느림의 미학’으로 존재할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 설명을 곱씹고, 답이 나오기까지 고민하는 시간은 AI에 의해 제거된다. 속도는 높아졌지만, 깊이는 얕아질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이 강화될까, 약화될까? AI는 분명 자기주도 학습을 도와주는 도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AI가 모든 것을 ‘알려주는’ 환경은 인간의 탐구심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AI는 의심하지 않는다. 틀린 답을 줘도, 확신에 차 말한다. 학습자는 AI의 말이 정답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21세기 이후 가장 중요한 학습 역량일지도 모른다. AI와 함께 공부하는 시대에는 ‘질문하는 능력’과 ‘판별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앎이 아니라, 묻는 법을 배우는 공부가 필요한 시대다.

 

AI는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까 – 지식의 전달 vs 인간적인 동기부여

AI는 ‘정보’를 주지만, ‘의욕’은 주지 않는다. AI는 언제나 친절하고 정확하다. 무엇이든 질문하면 대답해주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실제로 AI 튜터는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수학 문제를 도와주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학습의 본질은 ‘의욕’에 있다. 학생은 이해가 안 돼도, 계속 시도해보려는 동기가 있어야 배운다. 이 동기는 대개 인간적인 관계에서 나온다. 칭찬 한마디, 눈을 맞추는 격려, 친구의 경쟁심 – 이런 감정들이 학습을 견인한다. AI는 이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 AI는 ‘개인화’는 해도, ‘관계’를 만들지는 못한다. AI가 탁월한 점은 ‘개인화 학습’이다. 학생마다 다른 수준, 속도, 관심사에 맞춰 커리큘럼을 자동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비인격적인 방식이다. AI는 인간과의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실제 교실에서는 학생이 “선생님, 이건 좀 어렵네요”라고 말하면, 선생은 표정, 톤, 감정, 그 학생의 특성과 성격을 모두 고려해서 답한다. AI는 그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대응할 뿐이다. 그것은 ‘정확’할 수 있어도, ‘공감’은 아니다. AI 시대의 교사는 더 이상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AI가 대신 설명하고, 문제를 만들고, 채점하는 시대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답은 '감정 코칭'과 '관계형 큐레이션'이다.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겪는 감정들 – 불안, 포기하고 싶은 마음, 실패에 대한 두려움 – 이것은 AI가 다룰 수 없다. 교사는 이제 이 감정들을 조율하고, 학습의 방향을 함께 설정해주는 ‘길잡이’로 변모해야 한다. 기술은 도구이고, 사람은 등대가 된다.

 

AI 교육의 미래 – 학생, 교사, 그리고 기계의 공존

AI는 인간의 ‘확장’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대체의 시대’가 아닌 ‘확장의 시대’에 있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한계를 보완한다. 예를 들어 한 반에 30명 있는 교실에서, 교사가 모든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AI는 이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AI는 반복 학습, 개념 정리, 실수 교정 등 ‘기계적으로 처리 가능한 영역’을 맡고, 교사는 그 바탕 위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담당하는 구조. 이것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AI는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교육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저소득 국가, 벽지 학교, 교사 수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AI는 동등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 교육의 품질은 ‘접근성’보다 ‘활용력’에 달려 있다. AI를 활용하려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고, AI가 내놓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이 역량은 다시 고학력, 고소득 계층에 집중된다. 결국 AI가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기술 보급과 함께 ‘AI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앞으로의 학생들은 '기계와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단순한 사용자로서가 아니라, AI를 협력자로 삼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은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해야 한다. AI를 이용한 탐구 기반 학습, AI의 한계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인간만의 감성과 공감 능력을 강화하는 예술/철학 교육. 미래의 교육은 ‘AI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AI 활용’이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 AI는 선생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여전히 사람에게 배우고 있을까? AI는 똑똑하다. 그리고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학습 속도는 빨라지고, 정보의 양은 많아지고, 설명은 더 정밀해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공부란 단지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은 감정’, ‘실수해도 계속 시도하려는 의지’가 모여 만들어지는 여정이다. AI는 이 마음을 측정할 수 없고,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 ‘도구’이지, 스스로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AI와 함께 공부할 수 있지만, AI에게만 배우면 안 된다. 인간 선생은 계속 필요하고, 인간적인 공부는 여전히 가치 있다. AI 시대의 공부란, 기계의 효율과 인간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찾는 여정이다.

그 여정은 이제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